김치명인 이하연의 《별별김치》 촬영
이번 작업은 김치명인 이하연 선생님의 책 《김치명인 이하연의 별별김치》 촬영입니다.
한두 번의 촬영으로 끝나는 작업이 아니라, 봄·여름·가을·겨울의 제철 식재료와 김치를 따라가며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여러 계절을 함께 기록한 프로젝트였습니다.

이하연 선생님이 직접 김치를 담그고,
김치에 대한 이야기와 레시피를 직접 글로 풀어낸 책이어서사진 역시 단순히 완성된 김치를 예쁘게 보여주는 것보다 김치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그 안에 담긴 사람, 시간, 계절을 기록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사계절을 따라 촬영한 김치
《별별김치》에는 봄의 대파김치와 봄동겉절이, 여름의 열무김치와 오이소박이, 가을의 깻잎김치와 총각김치, 겨울의 감태김치와 동치미 등 계절에 맞는 다양한 김치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책 전체에는 총 78종의 김치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제철 재료를 중요하게 다루는 책인 만큼
촬영 역시 원하는 장면을 아무 때나 만들 수 있는 작업은 아니었습니다. 배추가 좋은 시기, 김장을 하는 계절, 소금이 만들어지는 풍경처럼 그 계절이 와야만 찍을 수 있는 장면을 기다렸다가 촬영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이 작업은 자연스럽게 긴 호흡의 프로젝트가 되었습니다.

김치가 만들어지는 손을 기록하다
이번 책에서 제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중 하나는
완성된 음식뿐 아니라 김치를 만드는 사람의 손과 과정을 사진에 담는 것이었습니다.
배추를 다듬고, 절이고, 양념을 버무리고, 항아리에 김치를 담는 모습.

사진으로 보면 일상적인 장면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오랜 시간 반복하며 몸에 밴 움직임과 김치를 대하는 태도가 담겨 있습니다.
특히 김장 촬영에서는 이하연선생님과 여러 제자분들이 함께 배추를 씻고 버무리고 웃으며 김치를 담그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기록했습니다.

김치를 혼자 만드는 음식이라기보다
여럿이 함께 만들고 나누는 음식문화로
보여주고 싶었던 촬영이었습니다.

완성된 음식부터 재료와 도구까지
김치 완성컷뿐 아니라 젓갈, 소금, 재료, 조리도구, 써는 방법과 같은 정보성 이미지도 많이 들어갑니다.


젓갈과 소금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도록 탑뷰로 정리한 촬영에서는
각 재료의 형태와 색, 크기의 차이가 정확하게 보이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반대로 완성된 김치 사진에서는 정보 전달보다
김치의 결, 양념의 농도, 배추의 형태가 가장 맛있어 보이는 순간을 찾는 데 집중했습니다.


한 권의 책 안에서 기록사진, 음식사진, 인물사진,
정보 전달용 사진을 모두 촬영해야 했다는 점도
이번 작업의 재미있는 부분이었습니다.


김치의 재료를 찾아 떠난 촬영
김치 한 가지를 제대로 담기 위해서는 배추와 고춧가루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소금과 젓갈처럼 김치맛의 바탕이 되는 식재료 역시 중요한 이야기였습니다.

김장뿐 아니라 소금과 젓갈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고, 실제 촬영에서도 염전과 젓갈 생산현장을 찾아가 그 과정을 기록했습니다.
좋은 배추·고춧가루·젓갈·소금을 고르는 법부터 젓갈 담그기, 육수 내기, 배추 절이기까지 김치의 기본 과정이 담겨 있습니다.


촬영 장소가 스튜디오 안에 머물지 않고 밭과 장독대, 염전, 생산 현장으로 계속 이어졌던 이유입니다.
한 사람의 김치 인생을 담은 책
이하연 선생님은 할머니와 어머니에게 이어받은 김치 솜씨를 바탕으로 김치를 연구해왔고, 해물섞박지로
대한민국식품명인 제58호에 지정된 김치 명인입니다. 현재도 김치 교육과 유튜브 등을 통해 우리 김치를 알리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별별김치》는 단순한 레시피북이라기보다 한 사람이 오랫동안 공부하고 만들어온
김치에 대한 기록에 더 가까운 책이라고 느꼈습니다.
전통적인 배추김치와 백김치뿐 아니라
팔도김치, 궁중김치, 역사김치, 사찰김치,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김치까지 폭넓게 담겨 있습니다.
2년이 넘는 촬영이 한 권의 책으로
포토그래퍼로 일하다 보면 하루 만에 끝나는 촬영도
있고, 몇 달 동안 이어지는 프로젝트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작업처럼 계절을 기다리며 2년 넘게 한 주제를 따라간 작업은 저에게도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봄의 푸른 식재료부터 겨울 김장까지,
완성된 김치 한 접시에서 시작해 그 재료가 만들어지는 현장까지.
촬영했던 수많은 장면들이 한 권의 책 안에 차곡차곡 들어간 모습을 보니 결과물 이상의 의미가 남는 작업이었습니다.

Photography | 《김치명인 이하연의 별별김치》
Author | 이하연
Publisher | 한국외식정보
Food / Documentary / Portrait / Editorial Photography
음식을 찍는 일이 때로는 단순히 맛있는 한 접시를 기록하는 것을 넘어,
한 사람의 시간과 한 계절의 풍경, 그리고 하나의 음식문화를 기록하는 일이 되기도 합니다.
《별별김치》 촬영은 제게 그런 작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