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taurant Archive (매장촬영)/Cafe & Bakery 카페,베이커리

책 한권 들고 오고 싶은 곳 [은평구 다용도실]

Food & Space Photography 2026. 10. 29. 16:23

『월간식당』 촬영으로 서울 은평구의 작은 카페, 다용도실에 다녀왔습니다.

커피와 디저트, 그리고 그것들이 놓이는 공간을 함께 담고 온 작업입니다.

 

촬영을 하러 갔지만, 다음에는 책 한 권 들고 와서 앉아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무 테이블과 모양이 조금씩 다른 의자들, 작은 조명과 초록 식물, 창을 따라 길게 걸린 흰 커튼까지. 공간을 채운 물건들이 편안하게 어우러져 있었습니다.

 

2018년 문을 연 다용도실은 ‘할머니 집 거실 같은 편안함’을 생각하며 꾸린 곳이라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사진을 다시 보니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꽃무늬 천이 놓인 테이블과 오래된 느낌의 가구들이 낯선 가게에 들어왔다는 기분을 덜어줍니다.

 

공간 사진 중에는 엽서와 사진, 손글씨 메모가 붙은 나무 게시판도 있습니다. 오픈 8주년을 축하하는 글부터 작은 그림까지, 하나씩 들여다볼 것이 많았습니다. 이곳을 오가는 사람들이 남긴 마음이 인테리어의 일부가 된 듯했습니다.

 

이번에 촬영한 메뉴는 다양한 맛의 핸드드립커피를 선보이는 ‘종이커피’, 생 레몬소다와 티라미수 케이크, 대만 망고맥주와 나초·살사소스입니다. 커피 한 잔과 디저트를 즐길 수도 있고, 맥주와 간단한 안주를 놓고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는 구성이었습니다.

 

창가 테이블에 놓인 생 레몬소다는 잔 안의 기포와 노란 레몬이 눈에 들어옵니다. 테이블 위로 길게 드리운 그림자까지 함께 담기니 그날 공간의 밝은 분위기가 사진에 남았습니다. 티라미수는 겹겹이 쌓인 크림과 코코아 가루의 질감이 나무 테이블과 잘 어울렸고요.

 

망고맥주와 나초를 담은 사진에서는 또 조금 다른 모습이 보입니다. 꽃무늬 테이블보 위에 놓인 초록색 병과 맥주잔, 살사소스를 가운데 둔 나초 한 접시. 같은 카페 안에서도 테이블과 메뉴에 따라 사진의 분위기가 달라지는 점이 재미있었습니다.

다용도실의 메뉴에는 계절도 담깁니다. 직접 담근 과일청을 사용하고, 금귤과 살구, 자두처럼 철마다 나오는 과일을 음료와 디저트에 활용한다고 합니다. 참외를 우유나 소다, 모히토로 풀어내기도 한다니, 계절이 바뀌면 메뉴판을 다시 들여다보는 즐거움도 있겠습니다.

 

이곳에서는 ‘이웃사촌 만들기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공연과 전시, 모임과 클래스, 작가들의 소품 장터도 이어오고 있습니다. 게시판에 모인 사진과 글을 보고 나니, 사람들이 이 공간에 애정을 갖게 된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커피를 마시러 왔다가 새로운 사람이나 취향을 만나는 장소이기도 한 셈입니다.

 

다음에 촬영 없이 오게 된다면 창가에 자리를 잡고 싶습니다. 커피 한 잔을 옆에 두고, 가져온 책을 천천히 읽다가 가끔 고개를 들어 주변을 바라보면서요. 다용도실은 그런 시간을 보내고 싶어지는 작은 카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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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 다용도실
주소 │ 서울 은평구 연서로20길 17 1층